슬견설 - 이규보 -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서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는 미물이 아닙니까? 나는 덩그렇게 크고 육중한 짐승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이를 예로 들어서 대꾸하니, 이는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피[血]와 기운[氣]이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벌레,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어찌 큰 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놈만 죽기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런즉, 개와 이의 죽음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큰 놈과 작은 놈을 적절히 대조한 것이지, 당신을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당신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십시오.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습니까? 한 몸에 붙어 있는 큰 지절(支節)과 작은 부분이 골고루 피와 고기가 있으니, 그 아픔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자로서 어찌 저 놈은 죽음을 싫어하고 이놈은 좋아할 턱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동일시하도록 해 보십시오. 연후에 나는 당신과 함께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분이라면 기억하실 이규보의 '슬견설'입니다. 모든 현상의 본질은 동등하니 겉모습의
상태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바라보라 뭐 이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깊은 내용을 떠나서 그냥 겉만 보고 이야기 해보려 합
니다.

 우리나라는 개고기를 먹는 풍토가 있습니다. 1988년 올림픽 때 크게 국내적으로 이슈가 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있을만 하면 찬반논쟁이 뜨겁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이것도 하나의 문화다. 다른 나라들이 뭐라고 상관할 바가 아니다. 라고 하고 반대하는 쪽은 구지 개를 먹을 필요가 있냐. 가족같은 개를 어떻게 먹을 수 있냐 라고 합니다.

 예전에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먹는 것은 인간의 원죄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인간은 원천적으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동물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생명을 빼앗지 않고서는 살아나갈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반론은 여러가지 많습니다. 고기를 먹으면 그 고기를 키우는 비용으로 수많은 아이들을 먹여살릴수 있다. 개는 인간의 친구아니냐 등등 말입니다. 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듯 굶고 있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은 세계지역별에 따른 경제적 구조의 불균형 때문이지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고기를 안먹는다고해서 우리나라 백설밀가루가 공짜로 밀가루를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주는 것은 아니지요.

 그들의 또다른 말대로 개고기를 먹는 습관은 너무 가난해 개조차 먹어야했던 우리의 가난했던 생활의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배고팠던 시절의 다른 식습관들 수제비나 다른 것들은 가난했던 생활을 추억하며 먹는 반면에 개고기는 여전히 애완견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때문에 저질스럽고 잔인하고 불결한 취급을 받고있습니다.

 우리의 개고기문화는 음지에 있습니다. 도축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유통도 제대로 된 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뛰어
넘어 부디 양지로 나와 이제는 당당히 마트에서 개고기를 살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by 안샤르 | 2009/08/29 01:15 | 안샤르's 잡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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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삽호 at 2009/08/29 13:32
영양만점 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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